[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사이버전의 승리가 미래전의 승리다.”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 사이버 역량 강화’ 세미나에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재임 중이던 2010년 사이버전을 전담하는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설립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24일 국방 사이버 역량 강화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보안뉴스]
사이버전에서 우위에 서는 자가 다가올 전쟁의 승기를 잡는다는 데는 세계적으로도 큰 이견이 없다. 김 전 장관은 그러나 “사이버사령부가 만들어진 것이 8년 전이지만 아직까지 우리 군의 사이버전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장관 송영무)는 사이버 역량의 중요성을 인식, ‘국방개혁 2.0’에 관련 비중을 대폭 키웠다. 국방개혁이란 국내·외 안보 환경과 과학 기술 발전에 따른 전쟁 양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국방운영체제, 군구조, 병영문화 등의 발전을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국방개혁 2.0은 개혁의 의지를 증폭시킨 표현이다.
미국은 2014년 척 헤이글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방 혁신 구상(Defense Innovation Initiative)’을 발표, 국방운영혁신(RBA: Revolution in Business Affair)과 군사혁신(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이라는 두 개념을 도입했다. 국방 혁신 구상은 인공지능(AI), 무인작전체계, 자동화 신기술 등을 기초로 작전운용능력의 발전을 통해 잠재적 경쟁국에 대한 재래식 억제를 확고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국방개혁은 ‘강한 군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구조 개혁과 국방운영 개혁을 지향한다. 구조 개혁은 지휘구조, 병력구조, 부대구조, 전력구조를 정보기술집약형으로 변혁하는 것을, 국방 운영 개혁은 국방과학기술 발전, 사이버 인력양성 등을 통해 국방운영체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국방개혁은 앞서 언급한 대로 전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근거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입영자원의 감소라는 상황에서 사이버 전문 인력의 양성과 훈련 체계 구축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전쟁 또는 사이버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의 군 조직을 구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사이버전은 최초의 정보전으로 평가되는 걸프전(1990~1991년)을 기점으로 확대돼 왔다. 걸프전 당시 최첨단 전투기와 전폭기를 비롯한 전자적 군 시스템과 무기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돼 해킹에 취약해졌고, 국가기반체계의 마비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세계 각 군에서 사이버 전문가를 채용 및 인력 양성에 집중하게 됐다.
미국은 2014년 사이버전에 대비한 국방혁신센터를 설치, 지난해에는 사이버사령부를 10번째 통합사령부로 격상했다. 중국은 2015년 ‘국방개혁의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전략지원부대(SSF: Strategic Support Force)를 창설했으며, 이스라엘은 2012년 국가사이버안보국을 창설했다. 일본 역시 2014년 지휘통신시스템 부대 내에 사이버공간방위대를 창설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이버 전문가 양성과 획득이 주로 민간에 의존한다는 점 △전체 국방비 중 사이버 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 비중이 낮다는 점 △사이버전 관련 교육 비중이 낮다는 점 △사이버 작전의 위상이 군 내부에서 낮다는 점 △사이버전 관련 기술 판단을 군 내부보다 산·학계에 의존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방비와 관련해 미국은 2014년 사이버사령부에 5,400억 원을 투자한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해 500억 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2016년 국방망 해킹 사건을 반추하며 대책 강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박대우 호서대학교 교수는 “이제 사이버세계가 현실세계를 통제하는 시대에 돌입했다”면서 “국방 사이버 보안을 위한 통합체계 구축 방향으로 시큐어 네트워크 프로토콜의 설계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킹 방지 및 원점지 추적을 위해 국방 전용의 새로운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훈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선 인력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우수 인력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 체계가 장기적으로 쌓여야 생태계가 발전하고 국방 기술과 산업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엄격한 자본주의 원리에 따르는 미국이 왜 정보보호 분야는 연방정부에서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육성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